튤립은 다른 꽃들에 비해 수명이 짧아 금방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꽃집에서 사 온 튤립을 최대한 오래, 싱그럽게 유지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플로리스트로서의 전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튤립을 더욱 오래 즐길 수 있는 실용적인 관리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튤립을 오래 유지하려면? 사 올 때부터 신경 써야 한다.
많은 분들이 꽃집에서 튤립을 구매할 때 단순히 색깔과 꽃의 개수만 보고 선택하는데, 사실 튤립의 상태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집니다. 튤립을 살 때 아래 사항을 꼭 체크해 보세요.
꽃잎이 너무 활짝 피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이미 개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튤립을 사서 집에 가지고 오면 꽃이 금방 활짝 피게 돼요.
꽃봉오리가 단단한 것을 고르세요.
신선한 튤립을 만져보면 꽃봉오리가 꽤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만 꽃을 고를 때는 손으로 꽃을 만지는 걸 싫어하시는 꽃 도매시장이나 꽃집 사장님들이 많으니, 눈치껏 테스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꽃잎의 끝부분이 말라있다거나 꽃잎의 일부분에서 투명한 부분이 보인다면 오래된 꽃이니까 주의하세요.
줄기가 얇은 것 보다는 약간 두껍고 단단한 튤립을 고르세요.
튤립은 꽃을 오래 유지하려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줄기가 두껍고 단단한 튤립은 수분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어요. 반면, 줄기가 얇고 약한 튤립은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지만 쉽게 시들고 줄기가 물러질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튤립은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향해 자라려는 성질(굴광성)이 강해 줄기가 휘는 경우가 많아요. 줄기가 얇으면 꽃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쉽게 구부러지거나 고개를 숙이게 돼요. 반대로, 줄기가 두껍고 단단한 튤립은 형태를 더 잘 유지하고, 꽃이 무거워도 쉽게 꺽이지 않아요.

두꺼운 잎을 가진 튤립
잎이 진한 초록색이며 두꺼운 튤립을 고르세요.
튤립을 구매할 때 단순히 꽃봉오리만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잎의 색깔과 두께도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튤립의 잎은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에요. 진한 초록색 잎을 가진 튤립은 광합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튼튼하게 자란 튤립이라는 것을 의미해요. 반면에 연한 녹색 또는 노란 기운이 있는 잎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거나 오래된 꽃일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잎이 두꺼운 튼튼한 튤립은 줄기가 더 단단한 경우가 많아 꽃이 쉽게 휘거나 꺾이지 않아요.
꽃 도매시장에서 튤립을 구매하신다면, 물에 담가 있는 것보다 상자에 들어있는 튤립을 선택하세요.
작은 꽃집에서는 꽃을 도매시장에서 사가지고 와서 모든 튤립을 바로 물에 담글 수도 있는데, 규모가 있는 꽃집에서는 일부의 꽃만 물에 담그고 나머지는 상자째로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해요. 저희 웨딩 아틀리에서는 튤립이 필요한 결혼식이 있을 때, 많은 양의 튤립이 들어오면, 튤립의 개화를 늦추기 위해 물에 바로 담그지 않고, 상자째로 그대로 냉장고에 보관해요.
물에 담겨 있는 튤립은 이미 수분을 흡수하면서 개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상자 안에 보관된 튤립은 저온 보관되어 개화 속도가 느려진 상태로, 실온에 꺼내어 물을 주기 전까지 개화를 조절할 수 있어요.
집에 도착하면 바로 해야 할 일: 올바른 손질법
튤립을 집으로 가져왔다면 꽃병에 꽂기 전에 반드시 손질이 필요합니다. 아무렇게나 꽂아두면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금방 시들어버릴 수 있어요.
꽃 도매시장에서 상자에 들어있는 튤립을 사왔다면, 포장지 그대로 실온에 8시간 이상은 담가두세요.
상자에 들어 있던 튤립은 수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보관되어 있는 상태예요. 보통 상자에 들어 있던 튤립은 휘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상태의 튤립을 바로 잎을 정리하고 화병에 꽂으면, 많이 휘어 있는 상태라 원하는 대로 모양도 안 나오고 힘들어요. 이러한 튤립을 집으로 가져온 후 바로 풀어서 화병에 꽂기보다는, 포장지를 그래도 둔 채 실온에서 충분한 시간(대략 8시간 정도)을 두고 수분을 흡수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요.
하지만, 이미 물에 담겨 있던 튤립을 사 오셨다면, 잎 정리를 하고 줄기를 잘라 바로 화병에 담으시면 됩니다.
포장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천천히 수분을 공급하게 하고 대략 8시간 정도가 지나면, 줄기가 직선 상태를 유지하면서 튤립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훨씬 더 수월하게 배치할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휘면서 보기 좋은 굴곡을 만드는 것과 처음부터 휘어져 있는 튤립으로 꽃 장식을 만드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요.

잎 상태가 좋지 않은 튤립
튤립의 불필요한 잎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위의 사진은 튤립의 잎 상태가 좋지 않은 튤립의 예를 보여드리는 거예요. 저희는 많은 양의 튤립을 네덜란드에서 직접 배달 받는데, 가끔은 원치 않게 신선하지 않은 잎 상태의 튤립이 도착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튤립은 수분을 잎과 줄기에서 증발시키는데, 불필요한 잎이 많으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꽃이 금방 시들 수 있습니다. 또한 꽃이 아닌 잎에 수분이 과도하게 소비되면 정작 꽃이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됩니다. 잎을 적절히 정리하면 줄기와 꽃봉오리에 더 많은 수분과 영양이 공급되어 꽃을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튤립의 잎을 제거할 때는 줄기를 옆으로 돌리며 살짝 당겨주세요.
잎을 제거하는 방식에 따라 튤립의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튤립의 잎을 제거할 때는 위아서 아래로 뗴지 말고, 줄기를 옆으로 돌리면서 옆으로 살짝 당겨 제거해 주세요.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당기면서 잎을 제거하면, 줄기의 섬유질이 함께 뜯겨나가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이렇게 손상된 줄기는 수분 흡수력이 저하되어 꽃이 빨리 시들 가능성도 커지고, 줄기에 미세한 상처가 생겨 물속에서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어요.
잎 사이에 있는 흙도 물로 가볍게 헹궈주거나 키틴 타월로 닦아서 제거해 주세요.

잎이 제거된 튤립
잎을 제거할 때는 3~4개의 잎을 남기고 제거해주세요.
잎이 진한 초록색이면서 두꺼우면 3~4개 남겨도 꽃을 꽂았을 때 볼륨감도 있고 이쁘지만, 사진처럼 잎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2~3개만 남기고 제거를 해줘야 해요.
잎이 너무 많은 튤립은 시각적으로 지저분해 보일 수 있으므로, 꽃이 돋보일 수 있도록 적절히 정리해 주세요.
이 튤립은 꽃잎이 일반 튤립보다 많은 더블 튤립이에요. 더블 튤립은 꽃의 무게가 무거워서 일반 튤립보다 훨씬 잘 휘어지는데, 사진의 더블 튤립은 딱 봐도 줄기가 너무 얇죠? 저런 튤립은 튤립만 꽂으면 이쁘지도 않고 다른 꽃들 사이에 중간에 끼워주거나, 다른 그리너리 (Greenery) 들을 많이 넣어서 튤립이 설 수 있게 도와줘야 해요.
튤립을 물에 꽂았을 때, 잎이 물속에 잠겨 있으면 빠르게 부패하면서 세균이 번식하게 됩니다. 물에 닿는 부분의 잎은 반드시 제거해 주세요.
깨끗한 유리 화병과 찬물을 준비해주세요.
화병이 깨끗하지 않으면 세균과 곰팡이가 빠르게 번식해서 물을 오염시키고, 결국 튤립의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화병을 뜨거운 물과 식초 또는 락스를 몇 방울 섞어서 세척한 후 깨끗한 물로 헹궈주세요. 플라스틱 병보다 유리 화병이 더 위생적이며, 세균 번식 위험이 적습니다.
튤립은 온도에 민감한 꽃이며, 따뜻한 물보다는 찬물 (4~10도)을 선호합니다. 찬물은 튤립의 줄기가 무르게 변하는 것을 방지하고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따뜻한 물을 사용하면 줄기가 너무 빨리 수분을 흡수해서 꽃이 금방 피어버리고 빨리 시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물에 얼음을 한두 개 넣어 온도를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줄기 끝을 45도로 꽃가위 또는 칼로 잘라주세요.
줄기를 직각 (90도)으로 평편하게 자르면, 물과 닿는 표면적이 좁아져 흡수량이 줄어듭니다. 반면, 45도로 비스듬히 자르면 절단면이 평평하게 닿아 물의 흐름이 차단될 수 있어요. 45도로 자르면 줄기의 끝이 바닥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아 물이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이벤트에 쓰일 경우에는 투명한 화병에 튤립을 꽂을 경우, 외관상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 직각으로 자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줄기 끝을 자를 때는 꽃가위 (원예용 가위)로 자르는 것이 좋지만, 꽃가위가 없다면 날카로운 주방 칼 또는 커터 칼로 단번에 잘라주세요. 줄기를 비틀거나 눌러서 자르지 말고, 깨끗한 단면이 나오도록 잘라야 합니다. 줄기가 짓눌리거나 손상되면 물 흡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빵칼과 같이 톱날이 있는 칼로 자르시면 안돼요. 절단면이 고르지 않아서 물 흡수에 방해가 돼요.
튤립을 더욱 오래 유지하는 비법 : 환경 조절
튤립을 꽂은 화병은 시원한 곳,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곳에 놓아주세요.
튤립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꽃이므로, 어떤 공간에 두느냐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집니다. 가능한 서늘한 곳이 좋고, 직사광선과 난방기, 선풍기 근처는 피해주세요. 따뜻한 환경에서는 금세 개화해서 빨리 시들어버려요. 밤에는 더 시원한 곳으로 옮겨두면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또한 과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꽃의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과일 근처에는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일에 한 번씩 줄기 끝을 1cm 정도 잘라주세요.
튤립을 화병에 꽂은 후에도 줄기가 계속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튤립은 다른 절화와 달리, 화병에 꽂아둔 상태에서도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자라는 특징이 있어요. 꽃을 화병에 꽂은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키가 커지고, 고개를 숙이거나 휘어질 수도 있어요.
다른 꽃들과 함께 꽂아두면 튤립만 길어져 균형이 깨질 수 있어서 길이를 조절해 주는 이유도 있고, 물에 닿아 있는 줄기 끝이 썩거나 미끈거리는 경우, 신선한 부분이 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잘라주는 거예요.
화병의 물을 매일 갈아주고 락스 1방울 또는 식초 1티스푼을 떨어뜨려 주세요.
매일 새로운 물로 갈아주면 더욱 오래 싱그럽게 유지할 수 있어요. 화병의 물을 갈 때 미끈거리는 줄기를 물로 헹궈주면 더욱 도움이 돼요. 물에 락스 1방울 또는 식초 1티스푼 정도 떨어뜨려주면 화병 속 물을 좀 더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요. 하지만 많이 넣으면 오히려 좋지 않으니 주의해 주세요.
마치며
꽃집에서 사 온 튤립을 더 오래 즐기려면 구매 단계부터 신경 써야 하죠. 꽃봉오리가 단단하고 즐기가 두꺼운 튤립을 고르면 오래 즐길 수 있어요. 집에 도착하면 바로 손질을 하고, 환경을 조절해 주면 튤립이 더 생기있게 유지돼요. 10년 경력 플로리스트가 알려주는 팁이니 잘 활용해 보세요. 튤립의 우아한 자태를 마지막 순간까지 즐기며, 봄의 기운을 집 안 가득 채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