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가 알려주는 집에서 꽃 오래가게 하는 비결

꽃이 빨리 시들어서 속상했던 적 있으신가요? 플로리스트의 경험과 과학적 팁으로 꽃병 속 생화를 더 오래 싱그럽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간단한 관리법으로도 집에서도 전문가처럼 꽃을 좀 더 오래 가게 할 수 있어요.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실천해 보세요.



플로리스트의 실질적인 조언

플로리스트 작업 사진


저는 캐나다에서 9년째 웨딩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어요. 바쁜 웨딩 시즌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꽃들이 결혼식 1주일 전부터 들어오기 때문에 웨딩 꽃 장식을 만들기 전까지 꽃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꽃 도매시장에서 꽃이 도착한 후 꽃을 다듬고 물에 담그는 작업, 꽃을 보관하는 모든 과정이 꽃을 오래가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꽃 시장이나 플라워 매장에서 꽃을 직접 사가지고 오시거나, 선물로 꽃을 받으셨을 때 집에서 꽃을 어떻게 보관해야 더 오래가게 할 수 있는지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질적인 조언을 해드릴게요.

꽃이 시드는 이유는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 때문이에요. 과일이나 야채에서 방출되는 가스와 같아요. 이 에틸렌이 꽃잎의 노화를 빠르게 촉진시키고 세포벽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돕기 때문에 꽃이 금방 시들게 돼요.

꽃병의 물을 깨끗하게 관리를 하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생성되고 이 박테리아는 식물 조직을 분해해서 에틸렌을 생성합니다. 에틸렌이 중가 하게 하면 세포 분해 효소가 더 빨라지고 이 약해진 조직에 박테리아 침투가 훨씬 용이하게 되는 악순환을 거치면서 꽃이 더 빨리 시들게 되는 거예요.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시면 어떻게 관리를 해야 꽃이 더 오래가게 할 수 있는지 이해하실 거예요.


꽃병 청소하기

꽃을 꽂기 전에 꽃병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것이 중요해요. 꽃병에 세균이나 오염물질이 남아 있으면 꽃의 수명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에요. 꽃병은 뜨거운 물에 락스(표백제)를 한두 방울 정도 섞어서 스펀지나 솔로 문지른 후에 헹궈주면 윤도 나고 깨끗하게 닦여요.



꽃 다듬는 작업

꽃을 꽃 시장에서 사 오셨다면, 먼저 꽃을 다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꽃잎 중에 상한 꽃잎이 있다면 떼어주고, 줄기에 잎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잎을 몇 개만 남기고 떼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장미꽃의 경우 잎을 2~3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떼어주세요. 줄기에 잎이 많이 남아있으면 잎의 증산 작용으로 인해 물이 금방 줄어들기도 하고, 꽃으로 가야 할 수분이 잎으로 빠져나가서 꽃의 수명이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수국의 경우에는 잎이 크기 때문에 웬만하면 잎을 다 떼어주는 것이 좋아요. 불필요한 잎을 제거해서 수분과 영양분을 꽃으로 집중시켜야 꽃이 더 오래 피어 있을 수 있어요.


줄기 손질하기


꽃의 줄기 45도로 잘라주기

꽃을 꽃병에 꽂기 전에 항상 줄기를 잘라주는 것이 중요해요. 줄기를 자를 때문 수직으로 자르지 말고 45도 정도의 각도로 비스듬히 잘라주세요. 45도 각도로 자르면 수직으로 자른 것보다 절단면의 표면 면적이 더 커지기 때문에 30~40프로 더 많은 물을 흡수하게 해줍니다. 또한 비스듬한 절단면은 물 흡수를 방해하는 공기 방울이 줄기 안에 갇히는 것을 줄여줍니다.

공기가 줄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물속에서 줄기를 잘라주기도 하는데, 현장에서는 다듬어야 할 꽃의 양이 많아서 쓰고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집에서는 양이 적기 때문에 추천드립니다.

줄기를 자를 때는 꽃가위나 칼을 이용해서 잘라주어야 해요. 손으로 그냥 부러뜨리거나 전용 도구로 자르지 않으면 줄기가 눌리거나 찢어지기 때문에 물의 흡수를 방해받아 꽃이 금방 시들게 됩니다.



깨끗한 물

꽃을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이 가장 중요합니다. 꽃병에 물을 담고 락스를 한두 방울 첨가해 주거나, 식초를 반 스푼 정도 첨가해주세요. 물속에 박테리아가 덜 생기게 도와주기 때문에 안 넣는 것보다 꽃이 더 오래갑니다.

물은 매일 깨끗한 물로 갈아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을 갈아줄 때 꽃의 줄기도 함께 씻어주면 물속에 들어있던 줄기 부분에 생긴 박테리아를 씻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매일 줄기 끝을 최소한 1cm 정도 잘라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줄기가 물속에 있으면서 줄기 끝이 부풀어 오르거나 막혀서 수분 흡수가 어려워집니다. 줄기를 잘라줄 때마다 줄기 끝이 깨끗하게 잘리면서 물이 잘 흡수될 수 있는 깨끗한 절단면을 갖게 됩니다. 또한 줄기가 물속에 오래 있으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는데, 매일 이 부분을 잘라주면 꽃이 더 오래 신선하게 유지됩니다.

물속에 잎이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해요. 물속에 잠겨 있는 잎이 있으면 물의 부패를 앞당기기 때문이에요.

플로랄폼(Floral foam)에 만들어진 꽃 장식을 선물로 받으셨거나, 플로랄폼에 직접 꽃을 꽂으신 경우에는 폼에 주기적으로 물을 부어주셔야 합니다. 폼이 흡수한 물을 꽃이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품의 물의 마르면 꽃이 시들게 돼요. 폼 가장자리에 물을 부어주시거나 폼이 담긴 용기에 물을 채워주시면 됩니다. 참고로 꽃이 더 오래 가게 하려면 폼보다는 그냥 꽃을 물에 직접 꽂는 것을 추천드려요. 폼은 꽃장식을 할 때 모양이나 라인을 컨트롤할 수 있어서 편하지만, 수분이나 영양소 흡수 면에서는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온도와 환경 관리

꽃의 수명은 주변 환경의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겨울철에 꽃 시장에서 꽃을 구입한 후 실외 온도가 영하로 낮을 경우에는 종이 재질 포장지 또는 비닐로 꽃을 보호하고 밖으로 나오셔야 해요. 꽃이 순식간이 살짝만 얼어도 금방 시들어서 죽어요.

꽃을 보관하는 이상적인 실내 온도는 18~22도라고 말합니다. 이 온도는 우리가 실내 생활을 할 때 현실적이면서 이상적인 온도라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꽃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훨씬 더 낮은 온도 (4도~ 7도)에서 보관을 합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에틸렌 생성 효소의 활성을 실온보다 60프로 정도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를 이해하면 실내 온도를 너무 높이지 않는 것이 꽃이 더 오래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실 거예요. 겨울철에 난방기로 인해 실내 온도가 너무 장소에서는 꽃이 금방 시들어요.

꽃은 직사광선을 싫어하기 때문에 창가와 가까운 곳은 피해주세요. 에어컨, 선풍기, 난방기의 직접적인 바람은 꽃의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능하면 에어컨, 선풍기, 난방기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해 주세요. 꽃은 너무 건조한 곳이나 너무 습한 곳도 싫어하기 때문에 제습기 또는 가습기 바로 옆은 피해주세요.



꽃 종류별 특별 관리법 & 그 외 팁


꽃의 종류에 따라 담는 양의 물 차이

꽃마다 최적의 관리 방법이 달라지게 돼요. 특히 꽃병에 물을 담을 때 꽃의 종류에 따라 물을 담는 양을 조절하면 물속에 생기는 박테리아 양을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위의 사진과 같이 이벤트 당일에는 꽃병의 물이 충분히 있어야 미적으로 좋아 보이기 때문에 물을 충분히 담지만, 집에서는 꽃의 종류에 따라 물을 적게 부어야 더 오래가는 꽃들도 있어요.

또한 파티 또는 이벤트 당일에는 활짝 핀 꽃이 사진을 찍어도 더 이뻐 보이고, 꽃이 활짝 피어 있어야 더 풍성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관리 방법이 틀려지기도 합니다.

  •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꽃 : 장미, 수국, 백합, 국화 등
  • 물을 적게 넣어야 줄기가 쉽게 상하지 않는 꽃 : 튤립, 수선화, 거베라, 프리지아, 아네모네, 라넌큘러스, 아마릴리스, 칼라 등 ( 이 꽃들은 줄기가 약해서 물이 닿는 줄기 부분이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물 높이를 5cm 정도만 부어주는 것이 좋아요. 대신 물의 양이 적으면 더 빨리 오염되서 물이 금방 탁해지기 때문에 물을 수시로 갈아주면 도움이 돼요.)
  • 찬 물을 좋아하는 꽃 : 튤립, 라넌큘러스, 프리지아, 수선화 등
  • 꽃병 재질 : 산화가 쉬운 금속 재질이나 세균 번식이 쉬운 플라스틱보다는 유리병을 추천해요. 투명한 유리병은 물 높이나 물의 오염 정도를 눈으로 확인하기 쉽고 세균 번식도 다른 재질보다 더디기 때문이에요.
  • 집에서 이벤트 당일 꽃을 활짝 피게 하는 방법 : 하루 전에 꽃을 미지근한 물에 담가주시면 꽃이 더 활짝 피게 할 수 있어요.
  • 물에 약간의 설탕 첨가 : 물에 약간의 설탕을 넣어주면 영양소도 공급해 주고 물의 ph를 조절해서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도 도움이 되요.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요. 물 1리터에 설탕 1/2 큰술 정도만 넣어주세요.



마치며

집에서 꽃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쁜 꽃을 고르는 것 이상의 노력과 관리가 필요해요. 위에서 알려드린 다양한 팁들은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웨딩 플로리스트로서 제가 실제 사용하고 있는 방법들입니다. 적절한 온도, 신선한 물, 그리고 꽃에 맞는 관리법을 실천하면, 집에서도 신선한 꽃을 오래도록 즐기 수 있어요.